전주에서 기형도를... 정관성 1989년 3월 7일은 기형도 시인의 사망일입니다. 제가 대학에 떨어지고 막 재수를 시작하여 긴장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번화한 관광지로 요란하기 짝이 없는 한옥마을이지만, 그 시절 한옥마을은 조용하고 음침한 분위기마저 돌았습니다. 가끔 분뇨차가 와서 “똥 퍼~~”라고 외치면 수업을 받던 친구들 모두 웃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갑자기 음침하던 골목에 웃음소리가 터지는 걸로 고요와 평온이 깨지곤 했습니다. 시대도 음험했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할복 투신하여 세상을 뒤로한 조성만 열사가 있었고, 밧줄에 꽁꽁 묶인 흔적이 남아있는 부패한 시신으로 호수에서 떠오른 이철규 열사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공안 통치는 민중의 목을 조르고 있었습니다. 87년의 승리의 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