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의 붓 140

인권누리 웹진 제175호 회원의 붓

스포츠 민족주의의 극복백승종(역사학자)사진은 오늘 현재(2024년 8월 8일) 국가별 메달 집계입니다.독일의 유력 일간지 에 실린 것입니다.표를 보면, 한국(Suedkorea)은 6위로 올라있고, 독일은 10위입니다.아마 40년쯤 전에는 이런 집계표가 어느 나라에서든 신문의 제1면을 장식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만 해도 그 변화를 읽을 수 있어요. 메달 집계는 그 신문의 제1면이 아니라, 스포츠 면에만 보입니다.그것도 올림픽에 관한 특집 기사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물론 어느 나라에서든지 스포츠는 선수 개인의 성취를 넘어 국가의 위상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그러나 "국력은 체력"이라는 식의 군사적인 구호는 이미 사라졌습니다.메달만 많이 따면 강대국이란 인식도 시..

인권누리 웹진 제174호 회원의 붓

물관리정관성(원광대 강사)장마가 가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 작물이 자라는 시절입니다.인간의 관점에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절이지만, 작물의 관점에선 한껏 양분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입니다.오래전부터 농부들은 날이 더워도 버티기 힘들어도 곡식이 될 작물들이 자라는 걸 보며 기분 좋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태풍과 장마보다 쨍쨍한 더위가 농사일로 보면 반가운 날씨입니다.이맘때가 되면 논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물관리에 신경을 씁니다.조금 있으면 나락 목(이삭)이 올라오는 시기입니다.이삭거름을 주고, 물을 충분히 대줘서 최고의 영양을 공급하는 상태를 만들어줍니다.모내기 하고, 좀 지나서 벼 포기가 나뉘는 시기에는 물을 좀 빼주다가 이맘때가 되면 다시 물을 댑니다.농사짓는 어르신들은 반드..

인권누리 웹진 제173호 회원의 붓

참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최종수(천주교 전주교구 신부)참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나라로 갑니다ㅡ온 몸으로 애도하는 매미김민기는 1951년 3월 31일 전라북도 익산군 함열면에서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의사였던 부친이 전쟁 중에 피살되어 모친 슬하에서 성장했다.1953년 서울로 이주하여 경기중학교와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김민기는 학과 수업보다 음악에 더 몰두하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기타를 독학하는 등 음악에 관심을 두었던 김민기는 휴학 후 본격적으로 , , 등을 작곡했고, 고등학교 시절 작곡했던 와 함께 1971년 1집에 담았다. 1972년 가 금지곡으로 지정되면서 김민기의 활동이 다른 의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김민기는 19..

인권누리 웹진 제172호 회원의 붓

한없이 너르고 깊은 동학의 하늘 ? 수운 최제우백승종 (역사학자)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1824-1864)라는 평민지식인이 있었어요. 그는 1864년(고종 원년) 3월 10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조선이라는 국가 권력에 의해서 박해를 당한 것이지요. 죄목은 이름만 동학이라 했지 실제로는 ‘서학 죄인’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습니다.그 당시 말로는 ‘천주학쟁이’라는 것이었어요. 서양 종교를 믿은 죄로 죽인 셈입니다.이는 물론 잘못된 표현이었지요. 최제우는 결코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으니까요. 하건마는 조정의 입장에서는 최제우가 가장 중시한 것이 바로 ‘천주’였지 않아요. 천주라고 하는 존재를 독실히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교단이 바로 천주교였고요. 즉 조정에서 가장 위험시하는 서양 종교에서 ‘천주’를 ..

인권누리 웹진 제171호 회원의 붓

겸손해질 결심정관성(원광대 강사)겸손해질 결심이틀 전 밤새 굉장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군산 어청도에는 시간당 146mm의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어림잡아 한 시간에 15cm 정도의 비가 내린 것이니, 이는 거의 양수기로 논에 물을 대는 것보다 많은 비가 내린 것입니다. 폭우가 내리기 전날 직원이 제게 물었습니다. “팀장님, 내일 오전 11시 회의 제 시간에 오실 수 있을까요?” 통상적인 일정 체크였고,“지진이 일어나지 않으면 맞춰서 가지 않겠어요?”라며 농담처럼 대답했습니다.얼마 전 용산역에서 회의를 하려고 가는 중 부안에서 지진이 일어나 KTX가 서행하면서 회의에 30분 늦었던 일을 비유했던 것입니다.출장 당일 전북혁신도시에서 버스로 익산역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직행 버스가 오지 않았습니다.버스가 10분..

인권누리 웹진 제170호 회원의 붓

평민지식인과 동학백승종 (역사학자)올해는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1824-1864) 선생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자연히 여기저기서 동학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우리가 존경하는 바보새 함석헌(咸錫憲, 1901-1989) 선생으로 말하면, 평소에 동학을 따로 힘주어 말씀한 적은 없었으나 실지로는 누구보다도 동학의 정신적 유산을 소중하게 여기셨다고 생각합니다.‘씨ㅇㆍㄹ’ 사상이야말로 최제우와 그 뒤를 이어 동학을 이끈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 1827-1898) 선생의 가르침과 혼연일체가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이것은 저의 억지 주장이 아닙니다.동학의 큰 스승님들과 마찬가지로 함 선생님은 진정한 “평민지식인”이셨어요. 그리고 그분들은 세상의 모든 평민이 스스로 깨우쳐, 관..

인권누리 웹진 제169호 회원의 붓

애국심은 태극기 높이에 비례하지 않습니다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애국심은 태극기 높이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광화문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가 오는 2026년 광화문 광장에 100m 높이 게양대와 초대형 태극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6·25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 상징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저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입장에서, 서울시가 이를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낡은 국수주의적 방식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려?저는 서울시의 이번 발표가 먼저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그 실현 방법이 현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우리가 이미 극복한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방식을 현대적으로 포장해서 구현하려고 한다고 생각되기 때..

인권누리 웹진 제168호 회원의 붓

뻐꾹뻐꾹정관성(원광대 강사)야산 근처에서 뻐꾸기 소리가 자주 들립니다.시골에서 자랐던 터라 뻐꾸기 소리가 들리면 아련히 옛 추억에 젖곤 합니다.줄지어 모내기 한 벼, 하얀 꽃을 피우는 고추, 밭이랑을 덮어가는 고구마, 간식거리로도 좋은 오이 등이 뻐꾸기 소리를 듣고 자라는 때입니다.우리 조상들은 보릿고개로 고생하던 시절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하다가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시름을 달랬다고 합니다.“곧 감자를 캐서 아이들 먹여야겠구나.” “보리타작을 하면 가족들이 더 굶지 않겠구나.” 이런저런 기대로 어려운 시기를 간신히 이겨냈다고 합니다.청명하고 단순한 리듬도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뻐꾸기 소리를 흉내 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뻐꾸기에 대한 좋은 인상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TV다큐멘터리에서 ..

인권누리 웹진 제167호 회원의 붓

“유교적 아나키스트” 구파(鷗波) 백정기(白貞基) 선생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교수) “유교적 아나키스트” 구파(鷗波) 백정기(白貞基) 선생 일제강점기의 항일 독립투사 중에 “백구파(白鷗波)”란 분이 있습니다. 호(號)는 구파요, 실제 이름은 정기(貞基)였습니다. 그분은 어려서는 거유(巨儒) 전우(田愚, 호는 艮齋) 문하에서 성리학을 연구하였으나 장성한 뒤에는 아나키스트가 되어, 항일무장투쟁의 선두에 나섰지요. 동지들과 함께 선생은 중국 상하이(上海)로 갔습니다.그곳에서 활동하는 일본공사와 장성을 제거하려고 하였던 것인데 일이 잘못되어 감옥에 갇히셨..

인권누리 웹진 제166호 회원의 붓

감 자정관성(원광대 강사)날은 습하고 더웠습니다.삶은 감자를 먹는데, 갑자기 TV에서 긴급 발표한 게 있다고 했습니다.TV 화면에 가득 찰 정도로 큰 얼굴의 노태우 후보(당시 민정당 후보)가 “김대중 사면”과 “직선제 개헌”을 발표했습니다.작은 아버지는 뉴스를 보시면서 “다음엔 저 놈이 대통령이다.”라고 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전두환과 노태우가 국민들의 여론에 밀려 직선제를 할 건데, 노태우가 대통령이 될 거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며칠 전 이른 감자를 캤습니다.기후변화 탓인지 뭐가 부족했는지 썩은 감자도 더러 나왔습니다.너무 늦은 수확이었을지도 모릅니다.감자꽃이 피고 좀 지나면 하지에 즈음해서 캐 먹는다고 하여 ‘하지 감자’라 부르던 것도 옛 추억이 되어 버리나 봅니다.고등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