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의 붓 140

인권누리 웹진 제88호 회원의 붓

나무와 바람 나무와 바람 정관성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는 말은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고자 하나 세월이 흘러 부모님이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줄여서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람은 쉼 없이 불어 옷깃을 스쳐가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걸 볼 때마다 부모님의 가르침과 생전의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전 아들의 문제집을 손을 찢은 사건이 벌어졌다. “아빠, 오늘은 아빠가 검사해줘. 자~ 여기 국어 12월 0일, 수학도 12월 0일, 사회, 과학도 12월 0일.” 아들은 농구학원을 다니고 있다. 같이 배우는 친구와 형들이 다른 클럽과 리그를 펼치는 선수반에 가입해 있다고 해서 지난여름 선수반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선수반은 일요일에..

인권누리 웹진 제87호 회원의 붓

뜻밖의 선물 최종수 (무주성당 주임신부) 뜻밖의 선물? ~ 제가 1층에 왔는데 사온 정관장만 드리고 가려구요^^;;; 내 눈을 의심했다. 땡그래진 왕눈으로 '아니 면회를 오시다니.' 혼잣말로 되내이다 폰을 들었다. 1층에 오셨다구요. 금방 내려갈게요. 설레는, 떨리는 면도를 서둘렀다. 한 송이 해바라기꽃도 그리 환하게 옷을 수 없다. 한 남자가 산중턱의 일송정처럼 듬직하게 곁에 서 있다. 임은정 부부와 환하고 따뜻한 악수를 나누고 1층 로비 찻집으로 갔다. ~ 목디스크 통증이 힘들다고 들었어요. 얼마나 힘드세요. ㅡ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잤는데 시술 후 통증이 많이 사라져 잠을 자요. ~ 잠을 못잘만큼 고통스러웠는데 이제 잠을 주무시니 다행이네요. ㅡ 제가 세 차례 큰 사고를 당했어요. 미군기지 우리땅 ..

인권누리 웹진 제86호 회원의 붓

자전거 출퇴근 자전거 출퇴근 정관성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행인들 차림이 두꺼워졌다.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은 을씨년스러운 기분을 자아낸다. 행인과 나무들을 지나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자기 속도를 유지하며 자연과 문명의 중간 어디쯤을 지나간다. 자전거 출퇴근 하는 사람은 고등학교 동문체육대회에서 재기차기로 자전거를 받았다고 한다. 배가 뿔룩 나온 술 취한 아재들 사이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태의 그가 29개의 재기를 찼다고 한다. 겉보기엔 운동을 잘 할 거 같아 보이지 않지만 그날은 그런대로 그의 운과 다른 이들의 불운이 겹쳤다고 한다. 서울에 살다 전주로 내려온 중년은 벌써 7년째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

인권누리 웹진 제85호 회원의 붓

민족과 나라를 위한 기도 - 민족과 나라를 위한 기도 - 최종수 (무주성당 주임신부) "이 역사의 오밤 중에 길을 밝혀 주소서. 성모여, 해 뜨는 동녘 하늘의 별이여!" ㅡ김수환 추기경님 천국에서 계신 김수환 추기경님이시여 벼랑에 몰린 것처럼 위태로운 민족과 나라, 세상과 교회를 위해 빌어주소서. 루르드 동굴 아래서 여기 하늘의 어머니 앞에 촛불이 타오른다. 간절한 기도, 온갖 소망을 담은 기원이 불탄다. 가브강의 고요한 물소리 왠지 눈물이 흐른다. 여기 어머니 앞에 마음속 깊이 하염없이 아프고 맺힌 눈물이 흐른다. 따스하고 기쁜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성모여, 우리나라와 우리 겨레를 구하소서. 우리 교회를 더욱 맑게, 빛나게 하소서. 이 역사의 오밤중에 길을 밝혀 주소서. 성모여, 해 뜨는 동녘 하늘의..

인권누리 웹진 제84호 회원의 붓

[신용벌 단상] 우리에게 결실이라는 것은 웹진 제84호 회원의 붓 - 정관성 [신용벌 단상] 우리에게 결실이라는 것은 텃밭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작물을 거둔 가을 텃밭은 때론 황량하고 쓸쓸해 보입니다. 서리 맞은 고춧대와 호박잎은 축 늘어져 있고, 깨와 콩을 내어 준 깨와 콩의 줄기들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말라 비틀어져 밭 주변에 쌓인 작물의 잎은 언제 신록의 계절을 살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볼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존재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들입니다. 매운 고추를 달아줬고, 탐스런 호박과 향기로운 들기름을 준 이들이 그들입니다. 하늘과 땅과 인간과 식물이 만들어낸 위대한 결실을 인간은 향유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또 이렇게 이어갑니다. 가을 텃밭을 보며 책을 생..

인권누리 웹진 제83호 회원의 붓

누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누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이태원 참사에 희생당한 꽃다운 영혼들을 추모하며 최종수 신부(무주성당) 진실을 말하는 게 진정한 애도가 아닐까 진정한 애도는 진실을 외치는 일이 아닐까 태풍에 산들이 무너져내려도 그럴 순 없다 초강진에 건물들이 쏟아져내려도 그리 끔찍할 수 없다 그 누구도 그 골목길에서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압사가 일어날 줄 몰랐다 내 아이, 우리의 청춘들, 우리들의 희망들이 서로 거대한 무게가 되어 허망하게 팔다리 널부러진 채 숨이 끊어질지 몰랐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참사는 이미 예견되었다 천공대사 주술대로 청와대 국방부 이전으로 대통령 한 사람, 출퇴근 경찰 인력으로 700명 배치 코로나 방역완화 할로윈 축제에 몰린 젊은이 13만 명, ..

인권누리 웹진 제82호 회원의 붓

2022년 인권옹호자회의 선언문 웹진 회원의 붓 82호 원고 지방인권행정의 퇴행에 맞서 각 지역에서 헌신적 활동을 하는 인권활동가들이 인권옹호자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약속과 선언을 하였습니다!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인권옹호자회의 선언문 일부 지방정부의 인권행정의 퇴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지역의 인권가치 실현의 책무를 잊지 않고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우리 인권옹호자회의 활동가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지방정부의 인권행정은 헌법이 명시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 및 지방자치의 원리, 그리고 국제 인권규범에서 강조하는 국가의 인권보장 의무를 지역 사회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특히 유..

인권누리 웹진 제81호 회원의 붓

순수한 사랑, 영원한 동지여 - 정태인 형님 영전에 순수한 사랑, 영원한 동지여 - 정태인 형님 영전에 최종수 신부(무주성당) 인생은 단풍처럼 오색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것일까요 밥그릇의 밥을 평등하게 나누자는 빈 밥그릇이 없는 세상, 붉은 단풍처럼 뜨거운 사랑을 사상으로 삶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싶었던 착한 경제학자, 찔레꽃 영혼으로 지구별 아름다운 소풍을 마치고 하늘나라 별로 날아간 동지여 작은 별을 사랑한 어린 왕자처럼 순수한 영혼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외치며 민중의 눈물을 닦아주고 동지들 가슴을 다독이며 붉은 혁명가를 처절하게 부르다 몸이 쓰러진 안쓰러운 영혼이여 때론 벅차고 내려놓고 싶은 민중의 십자가, 사회를 병들게 한 암적인 적폐들 가슴으로 불태우다 망가진 허파 머리속까지 연대하자며 전이된 암세..

인권누리 웹진 제80호 회원의 붓

북한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것/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이번 호의 회원의 붓은 한겨레신문 10.19자 [김누리 칼럼]원고를 소개합니다. 북한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것/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2017년 북핵 위기가, 또다시 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2022년 한반도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가 아니라 전쟁 위기에 대한 우리 자신의 불가해한 무감각과 무관심, 그리고 그러한 집단적 병리현상의 근원에 똬리를 틀고 있는 무력감과 패배주의라는 사실이다. 2017년 독일에서 나는 북한 핵무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 자신의 전쟁 불감증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멀리서 보니 비로소 보였다. 그해 가을 김정은과 트럼프의 막말 공방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세계 언론이 한목소리로 한반도의 전쟁..

인권누리 웹진 제79호 회원의 붓

누구나 외롭다 최종수(무주성당 주임신부) 누구나 외롭다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데 자식도 아내도 소식이 끊기고 홀로 산지 20년 넘은 어르신 허리 장애로 기초수급을 받으신다 텃밭 매화 꽃잎들만 날아와 토방에 쌓이는 녹슨 컨테이너처럼 낡은 단층 다세대 고양이 그림자도 끊어진 원룸 어르신은 떡만두 라면을 끓이고 나는 마트에서 사온 과일을 썬다 사과꽃잎 사이에 배꽃잎 넣고 노란 빨간 방울토마토 꽃잎 사이에 키우고 꽃수술 자리엔 쪽빛 블루베리로 장식한, 화려한 꽃과일 접시 생일선물을 만든다 막걸리 잔을 주고 받으며 홀로 되기까지 아흔아홉 인생고개, 두 눈 뜨겁게 연민의 이슬로 흘렀던 사연들 떡만두라면 막걸리 생일파티를 마치고 기도와 축복을 드리고 일어서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와락 안았다 홀로 남을 어르신이..